상촌(象村) 신흠(申欽) 시 감상
촌(象村) 신흠(申欽) 시 감상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은 남아있고
柳經百別又新枝(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어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소탈한 친구를 만나면/ 나의 속됨을 고칠 수 있고
통달한 친구를 만나면/ 나의 편벽됨을 깨뜨릴 수 있고
박식한 친구를 만나면/ 나의 고루함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인품이 높은 친구를 만나면/ 나의 타락한 속기를 떨쳐버릴 수 있고
차분한 친구를 만나면/ 나의 경망스러움을 다스릴 수 있고
욕심 없이 끼끗하게 사는 친구를 만나면/
사치스러워가는 나의 허영심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
<인생>
백년을 못 살면서 만년 살 계획 세우고
오늘을 살면서 또다시 내일 살 걱정하지.
아등바등 사는 인생 끝내 뭣이 남으려나
북망산 무덤 모두 높은 분들 것이련만.
<가난함과 고귀함>
관직이 높으면 고귀한 걸까
거친 음식 먹으면 가난한 걸까.
가난한 사람은 몸이 편하고
고귀한 사람은 맘 수고롭네.
이리저리 아부해 좋은 음식 얻어 낸들
따뜻한 햇볕 쬐는 행복만 못한 법이리.
말세의 풍속 몹시도 경박하나
세상사 날마다 새로워지게 마련.
무엇을 얻고 잃었다 해도
내 어찌 기쁘고 슬퍼하리오.
출렁이는 고통의 바다에서
나루터 못 찾기는 고금이 같네.
망망히 나홀로 세속을 떠나
태초와 더불어 이웃해야지.
티끌 세상에 몸 댈 곳 없으니
무회씨(無懷氏) 백성이 되고 싶을 뿐.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현달(顯達)한다고 기뻐할 것 없고
가난하다고 걱정할 것 없지.
현달과 가난 그 사이에서
나는야 달라질 것 없네.
산다고 뭘 더 얻는 것 없고
죽는다고 뭘 더 잃는 것 없지.
아득한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나는야 기쁘거나 슬프지 않네.
장작은 타 버려도 불길은 이어지리니
통달한 사람만이 그 이치 알리.
한 줄기 오솔길 숲 속으로 나 있고/낭떠러지 위에 작은 초가 하나
난초를 기르려 밭 일구고/달을 담으려고 못을 팠네
대밭 바람소리 비파처럼 울리는데/방 안 등불 아래에서 바둑을 두네
산가에는 청아한 일도 많아/때로는 차 끓이고 시를 짓는다네
처마에 빗소리 아직 남고/10월 추위는 견딜 만하네
오리 향로엔 용연향 피어오르고 /풍로에 차는 게눈처럼 끓는다네
메마른 시사(詩思)를 찻물이 적셔주고/아픈 다리 청려장에 의지해 걸어보네
헛된 세상 평생 이러할지니/짧은 오리, 긴 학의 다리 같을 수 없겠지
강설하던 입을 적시는 것은 좋은 봄 차이고/경연청 잠시 물러날 때 정오의 종소리
지난 밤 꿈에는 좋은 일 많았네/맑은 물결 속에 물새들이 퍼덕였지
자욱하게 덮인 서리는 누에고치 같고/쌀쌀한 바람은 칼처럼 매섭네
차 솔일랑 땅 화로에 걸어두고/바위의 눈을 얼음과 섞어서 차를 끓이네
등잔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눈 녹인 물에 차를 끓이네
손님이 떠난 뒤 마음잡지 못하는데 /소나무 사이로 물 먹은 달이 비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