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호접몽(胡蝶夢)
어늘 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혼몽한 중에 장주는 제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터. 이런 것을 일러 ‘사물의 변화’라 한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편
상상하라! 변화하라!
매미와 메추라기가 대붕을 보고 함께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한껏 날아보아야 겨우 느릅나무나 박달나무에 이를 뿐이고, 어떤 때는 거기에도 못 미처 땅에 내려앉고 마는데, 9만 리를 날아 남쪽으로 간다니! 가까운 숲으로 놀러 가는 사람은 세 끼를 먹을 것만 가지고 가도 돌아올 때까지 배고픈 줄 모르지만, 1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지낼 양식을 준비해야 하고, 1천 리 길을 가는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매미나 메추라기 같은 미물이 어찌 이를 알 수 있겠는가? 조금 아는 것으로 많이 아는 것을 헤아릴 수 없고, 짧은 삶으로 긴 삶을 헤아릴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아침에 잠깐 났다가 시드는 버섯은 저녁과 새벽을 알 수 없다. 여름 한철 사는 메뚜기는 봄과 가을을 알 수 없다. 이것이 짧은 삶이다.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라는 신령한 거북이 살았다. 이 거북에게는 봄과 가을이 각각 5백 년씩이었다. 그보다 더 오랜 옛날에 춘이라는 큰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에게는 봄과 가을이 각각 8천 년씩이었다. 이런 것이 긴 삶이다. 그런데 팽조가 7백 년이나 8백 년을 살았다고 사람들이 오래 살았다며 부러워하니 이 아니 슬픈가? 장자의 소요유편
물고기를 잡은 뒤 통발을 버려라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니, 물고기를 잡은 뒤에 통발은 잊는 게 마땅하다. 덫은 토끼를 잡은 수단이니, 토끼를 잡은 뒤에 덫은 버리는 게 마땅하다. 장자의 외물(外物)편
여희의 후회함
삶을 즐거워하는 것이 미혹 아닐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어려서 집을 잃고 돌아갈 줄 모름과 같은 것 아닐까? 미녀 여희는 래라는 곳 변경지기 딸이었네. 진나라로 데려갈 때 여희는 너무 울어서 눈물에 옷깃이 흠뻑 젖었지. 그러나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과 아름다운 잠자리를 같이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자, 울던 일을 후회하였다네. 죽은 사람들도 전에 자기들이 삶에 집착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장자의 제물론
빈 배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떠내려오다 그 배에 부딪쳤다. 사공은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그 배가 빈 것을 알고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떠내려온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 가라고 했을 것이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째 소리 치는데, 그때는 반드시 욕설이 따르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는 까닭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롭게 하겠는가? 장자의 산목편
바닷새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교사(郊祀)에 날아들었다.노나라 제후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구소의 음악을 연주해주고,소와 돼지,양을 잡아 성대히 대접했다.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버리고 말았다.이는 자기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새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장자의 지락편>
꿩은 열 걸음 걸어 모이를 쪼고
들에 사는 꿩은 열 걸음 걸어 모이를 한 번 쪼고, 백 걸음 걸어 물을 한 모금 마시지만, 그래도 조롱 속에서 길러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먹고 살기야 편하겠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장자의 양생주(養生主)편
장과 곡은 양을 잃어벼렸네
장과 곡 두 사람은 양을 치다가 잃어버렸다. 그 까닭을 묻자 장은 양을 칠 때 책을 읽고 있었다고 했으며, 곡은 양을 칠 때 놀음판에서 놀고 있었다고 했다. 이 두 사람이 한 짓은 달랐지만 양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같다. 장자의 변무편
달려오는 수레를 막는 사마귀
당신은 사마귀를 아시지요? 사마귀가 화를 내고 팔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수레에 맞섭니다.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는 것이지요. 이런 짓은 제 능력을 과신하는 것입니다. 조심하고 신중하십시오. 스스로 훌륭함을 자랑하여 거스르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장자의 인간세편
쓸모없는 나무가 큰 나무 되었네
남백자기가 상구에 놀러 갔다가 엄청나게 큰 나무를 보았는데,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1천 대를 매어두어도 나무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자기가 말했다. “이 어찌된 나무인가? 반드시 특별한 제목이겠군.” 그러나 위로 가지를 올려다 보니 모두 꾸불꾸불하여 마루대나 들보감이 아니었고, 아래로 큰 둥치를 보니 속이 뚫리고 갈라져서 널감도 아니었다. 잎을 핥으면 입이 부르터 상처가 나고, 냄새를 맡으면 사흘 동안 취해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것은 과연 재목이 못 될 나무로구나. 그러니 이렇게 크게 자랐지. 아, 신인(神人)도 이처럼 재목감이 못 되는 것을! 장자의 인간세편
작은 재주를 뽐내다가는
오나라 왕이 강을 타고 내려가다가 원숭이 산에 올라갔다. 많은 원숭이가 오나라 왕을 보고 무서워 달아나 깊은 숲에 숨었다. 그중 한 원숭이는 까불면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왕에게 재주를 자랑했다. 왕이 그 원숭이에게 활을 쏘았더니 원숭이는 그 화살을 재빠르게 잡았다. 왕이 시중들에게 서둘러 활을 쏘라고 명했다. 원숭이는 화살을 손에 쥔 채 죽었다. 장자의 서무귀(徐无鬼)편
송나라 모자 장수의 어리석음
송나라 사람이 예식 때 쓰는 모자를 잔뜩 가지고 월나라에 팔러 갔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짧게 깍고 몸에는 문신을 해서 모자가 필요 없었다.
요나라 임금은 세상을 잘 다스려 나라가 태평해지자, 멀리 고야산에 사는 네 스승을 뵈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분강 북쪽 기슭에 다다랐을 때, 망연자실해 자기 나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다. 장자의 소요유편
누가 진인인가?
소와 말은 각각 네 다리를 가졌다. 이것은 자연이다. 말에 굴레를 씌우고 소에 코뚜레를 뚫는 것은 인위다. 옛말에 이르기를 인위로 자연을 죽이지 말고 기술로 천품을 죽이지 말며 덕으로 명예를 좇지 말라고 했다. 삼가 자연을 잘 지켜 잃지 않으면 이를 참된 나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장자의 추수편
조릉 이야기
장자가 조릉(雕陵)의 울타리를 거닐다가 남쪽에서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날개의 넓이는 7척이요, 눈의 크기는 직경 1촌이었다. 그 새는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자가 중얼거렸다. “이런 새가 다 있나?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 나를 보지도 못하나니!” 바지를 걷고 뛰어 가며 활을 잡고 그 새를 겨냥했다. 그때 그는 매미 한 마리를 보았다. 그 매미는 좋은 그늘을 얻어 제 자신을 잊고 있었다. 나뭇잎 뒤에 몸을 숨긴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사마귀는 먹잇감을 노려보느라 제 몸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부엉이는 그 들을 이용하여 사마귀를 잡아 제 잇속을 차리려고 본성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슬픈 듯이 말했다. “오호! 만물은 서로 연루되어 하나의 종류가 다른 종류를 불러들이고 있구나!” 장자가 화살을 버리고 되돌아 숲에서 나올 때 밤나무 숲 주인이 장자를 쫓아오며 밤을 훔친 줄 알고 욕을 했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 석 달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자인 인차가 이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은 어찌하여 그동안 심히 마음이 불편하셨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나는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지켰지 나 자신을 잊고 있었다. 나는 탁한 물로 비춰보았을 뿐이지 맑은 연못에 대해 알지 못했다. 또 내가 노자 스승에게 들은 바는 그 풍속에 들어가면 그 풍속을 따른다고 했는데, 얼마 전 나는 조릉을 거닐다가 내 몸을 잊었고 그 부엉이는 내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노닐다가 제 본성을 잊었다. 밤나무 숲 주인은 이로써 나를 모욕했다. 나는 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장자의 산목편
누가 바람을 부러워하랴
외발 짐승인 기는 발이 많은 노래기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을 부러워한다. 기가 노래기에게 말했다. “나는 외발이라 깡충깡충 걸어야 하니 나는 너만 못하다. 너는 수많은 발을 부리는데 나만 이게 무슨 꼴인가?” 노래기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저 거품을 품으며 노발대발하는 자를 보지 못했는가? 뿜어대는 것이 크면 진주같고 작으면 안개 같아 섞여 내리면 셀 수조차 없다. 지금 나는 나의 하늘 기계를 움직일 뿐 그 까닭을 모른다.” 노래기가 뱀에게 말했다. “나는 많은 발로 다니지만 발 없는 너에게 미치지 못하니 어쩐 일인가?” 뱀이 말했다. “대저 하늘 기계의 운동을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어찌 발을 쓸 수 있겠는가?” 뱀이 바람에 말했다. “나는 내 갈비뼈를 움직여 다니므로 발과 비슷할 뿐이다. 너는 쑥대가 나부끼듯 북해에서 일어나고 남해에 들어가지만 발 같은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어인 일인가?” 바람이 말했다. “그렇다. 그러나 나를 지시하는 내 마음은 나보다 앞선다. 나를 좇아가게 하는 내 마음은 역시 나를 이긴다. 그렇지만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려버리는 것은 내가 능하다. 그러므로 작은 것들을 이기지 않는 것이 큰 이김이다. 이러한 큰 이김은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자의 추수편
드러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다
양자가 송나라에 갔을 때 여인숙에 머물렀다. 여인숙 주인에게는 첩이 둘이었는데, 하나는 미인이고, 다른 하나는 추녀였다. 추녀는 귀여움을 받고 미인은 천대를 받았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주인이 대답하였다. “저 미인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하여 아름다운 줄을 모르겠는데, 저 추녀는 스스로 못났다고 하여 그 못남을 모르겠습니다.” 양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새겨들어라. 어진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어진 행동을 한다고 하지 않으면 어디 간들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자의 산목편